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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 북한산 등산하며 든 생각

by 하안태 2021.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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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지난주 고향 친구들이 서울로 왔다. 이유를 물어보니 북한산 등산을 위해서라 했다. 나랑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다.

나는 등산을 자주 가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등산을 가지 않는다. 기껏 해봐야 1년에 1번 혹은 2번밖에 가보질 않았으니.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등산도 오랜만에 해보자는 생각에 승낙했다. 그리고 올라갔다.

 

북한산 인수봉 /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EB%B6%81%ED%95%9C%EC%82%B0

 

본론

북한산 백운대 코스로 올라갔다. 중간에 쉬면서 올라갔기 때문에 왕복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등산 초보자에게는 북한산은 어려웠다. 돌산이라서 돌이 매우 많았고 높았다. 친구는 험하지 않은 산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험했다. 그리고 백운대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등산하면서 느낀 점이 2개가 있다. 첫째, 너무 많은 생각은 필요 없다. 둘째, 작게 작게 걸어야 덜 힘들다.

북한산은 나에게 힘들었다. 계단도 많았고 돌도 많았다.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올라갔지만 그래도 발목과 다리에 무리가 갔다. 정상은 아직 멀었고, 건너야 하는 오르막도 많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쳤다. 집에 가고 싶었다. 올라가기보다는 내려가고 싶었다. 점점 체력이 고갈되었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밖으로 꺼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오히려 그런 상태가 되니 정상 오르기가 쉬웠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걱정을 한다. 앞으로 일어날지도,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의 걱정들.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지금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데도 미래에 관해 걱정한다. 과연 미래뿐일까? 과거도 걱정한다. 그때 하지 말았어야 했던 과거의 순간이 떠오른다. 땅을 치고 후회해봐도 돌아오지 않는 걸 우린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어떤가? 마음이 편안하다. 그리고 고민되었던 순간은 막상 현실에서 부딪혀보면, 걱정할 만큼, 두려워할 만큼 무섭지 않다. 백운대 정상까지 매우 험난 한 길을 걸으면서 저 계단은 또 어떻게 오르지, 다음 계단에는 더 힘들 텐데 라고 생각을 하면 돌아서 내려가고 싶다. 지금 걷는 계단만 오르자, 아니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계단을 내딛는 내 발만 집중하면 어느 순간 정상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오르는 나의 모습을 본 친구가 한마디 했다. "크게 걷지 말고 작게 걸어, 그래야 덜 힘들어" 작게 걷는다는 건 돌 하나씩 밟으면서 걸으란 소리다. 다리를 넓게 벌려 크게 올라가면 정상을 찍기 전에 지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크게 벌려서 성큼성큼 올라간다면 시간은 줄일 수 있겠지만 하산할 때가 문제다. 등산으로 체력을 다 써버리면 하산할 때 다치기 쉽다. 정상에서 쉰다고 한들, 피로는 그때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등산 초보자인 나는, 몰랐다. 등산만 생각했고 하산은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가 해준 조언대로 해봤다. 돌 하나씩 밟고 지나간다는 느낌으로 걸었다. 진짜로 덜 힘들었다. 초보자인 나에게 적절한 걸음마였다. 나는 이것도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문화가 배어 있는 대한민국 사람으로, 뭐든지 빠르게 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나는 빠르게 움직이는 타입이 아닌데도 분위기에 휩쓸려 빠르게 뭔가를 해왔다. 맞지 않은 옷을 입으면 답답한 것처럼 내 인생도 때로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실수도 잦게 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오히려 고민이 많기 때문에 막상 눈에 다친 일을 바라보지 못했다.

크게 걷지 말고 작게 걸으란 친구의 이야기는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 몸에 맞는 옷을 찾아 입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하나씩 집중하면서 살아가 보려 한다. 우리의 인생은 등산도 있고 하산도 있다. 지금 오르기 위해서 체력을 쓰는 느낌이다. 하산할 체력도 남겨두어야 하는데 말이다.

 

결론

등산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넓게 펼쳐진 산 아래 모습을 보니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힘든 산행이었지만 언제 그랬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신기하게 힘듦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4시간 남짓의 등산을 했지만 4시간 동안, 인생에서의 배운 점이 있는 순간이었다. 힘들었지만 재밌었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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