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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설득의 심리학 - 로버트 치알디니

by 하안태 2021.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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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메인 화면 책 문화라는 코너가 있다. 나는 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궁금한 사람이라 그런지,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 물론,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행동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은 겁내 한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다른 것도 놓을 순 없으니 섣불리 시도를 못 한다. 뭐 어쨌든 이런 이중적인 성격으로 책을 읽는데, 이번에는 설득과 관련한 글귀가 눈에 띄었다. 이름은 알지만, 책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바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대학교 시절, 광고 심리학 강의를 수강하면서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재미는 있었지만, 워낙 오래된 기억이기도 할뿐더러 그때 이후로 심리학을 공부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다. 오랜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로버트 치알디니 이름을 보자마자, 그리고 내가 그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꼭 읽어야 할 명분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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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수많은 설득의 심리학이 존재했다. 개정판에 개정판을 거쳐서 나온 책이다. 그만큼 인기도 있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가장 최초의 책을 읽고 싶었다. 가장 날 것의 책 말이다. 국내 처음 발행되었을 당시가 2002년도라 그런지 지금의 온라인 서점에서도 구할 수 없었고, 중고 서점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이리저리 알아보는 와중에 사는 도서관에 2002년 책이 있다고 했다. 처음으로 지역 도서관에 가입도 하고, 신청하고 지하철로 받아봤다.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U-도서관이라는 곳에 배달해 주는데 이게 엄청 편리하다. 물론, 앱의 UI / UX는 욕하고 싶을 만큼 불친절하지만,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전달해주시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해 참는다)

받자마자 바로 읽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아쉬움이었다. 네이버 메인에 걸릴 때만큼의 감흥은 솔직히 없었다.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지만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번역이 2000년대 초반에 이루어지다 보니, 영어적 해석이 즐비했다. 지금 2021년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가령, "불리하지 않을 수가 없다."와 같은 이중 부정문이 존재한다거나 "생각되어지는 과정 속에서"와 같은 수동 문장이 붙어 있었다. 2002년보다 19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는 번역까지 매우 자연스럽다. 이중부정과 수동의 의미는 오히려 많이 사라진 느낌이었는데, 과거 책을 읽다 보니 어색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내용에는 사실 비판 없다. 너무 재밌었다. 책에서는 6개의 부분이 등장한다.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희귀성 법칙이다. 솔직히 6가지 부분 너무 재밌었다. 약간 내가 사람 심리를 조작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득을 얻을 있게끔 만들 있을 같은 상상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판타지 소설 읽는 것과 같이 상상을 하면서 읽게 되니 내용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이는 작가의 생각에다가 각종 논문의 인용구들이 등장하니 작가의 생각을 뒷받침할 근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글의 신뢰도와 내용의 흥미가 함께 결합한 책이라고 느껴진 것이다.

6가지의 부분에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권위의 법칙이다. 사람은 자신의 지위보다 높은 사람에게 비판 없이 수용하고 이를 따라가려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경기전 에너지바를 먹는데 이를 본 팀 전체가 같은 에너지바를 먹었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마이클 조던도 같은 팀 후보 선수가 먹는 것을 보고, 따라서 먹었다고 한다. 마이클 조던은 자신보다 후보 선수의 무언가에 대해 권위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팀원 전체는 후보 선수가 에너지바를 먹었을 때는 관심 없었지만, 자신보다 실력 차이가 컸던 마이클 조던이 에너지바를 먹으니 본인들도 똑같이 먹게 된 것이다. 비록 이것뿐이겠는가. 히틀러도 국민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음을 인지시키기 위해, 그리고 국민에게 국민보다 더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이 본인, 히틀러라고 말해주기 위해 항상 카메라 앵글을 아래에서 위로 찍는 형식으로 했다고 한다. 좋은 자동차, 비싼 옷, 넓은 집을 가진 사람에게 우리는 맹신하고 무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무섭기도 하면서 소름 돋는 그리고 재밌는 내용이었다. (히틀러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번역 투가 생각보다 거슬리는 사람이라 그런지 재밌었지만 중간중간 흥미를 떨어트리게 하는 요소가 있어, 정신 잃을 정도로 몰입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운 면이긴 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사회 심리학책을 읽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

이 책은 영업하는 사람, 혹은 협업을 하는 사람에게 분명히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각종 영업전략이 나오기도 하지만, 6가지의 법칙을 통해서 본인이 만들 수 있는 전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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