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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니티

by 하안태 202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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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폴 칼라니티다.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2016 2월 전에 사망한 사람이다. 자기 죽음이 눈앞에 있으면서도 꿋꿋하게 책을 썼다. 암 덩어리로 인해 온몸에 기운이 없어도 단단하게 글을 써 내려 간 사람이다. 폴은 사실 의사다. 의사의 몸에 암이 생겼고, 결국 그 암 때문에 사랑하는 부인과 딸 아이를 두고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이번에 읽은 책은 폴이 암 투병을 하는 와중에 쓴 책, 숨결이 바람이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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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는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이다. 책의 제목과 부제목만 보더라도 전체적인 이야기는 아마 이해 갈 것이다. 젊은 의사가 삶의 마지막에 쓰는 책임이 분명했다. 예상도 했고, 실제로 내용도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그런데 이게 읽다 보니 씁쓸함이 강하게 밀려왔다. 눈물 날 정도로 그런 씁쓸함.

폴 칼라니티는 전도유망한 신경외과 의사였다. 직업이 의사이니 당연히 의학적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신경외과이기 때문에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자신의 몸 상태가 암에서 보내는 신호임을 알지만, 암은 아니라며 부정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제 막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으며, 이제 레지던트를 졸업하고 조교수에서 정교수로 갈 수 있는 탄탄대로가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세포는 순식간에 그의 몸을 덮쳐갔으며,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는, 숟가락을 들 힘조차 앗아갔다. 정말 다행인 것이 그의 동료인 암 전문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 1차 치료에서는 충분히 효과를 봤다. 심지어 수술도 진행했고, 환자들도 돌봤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폐를 하얗게 덮쳐버린 암 덩이를 줄이기에는 현대의학에서는 불가능했다. 결국 폴은 치료 거부권을 행사하고 존엄사를 선택했다.

그에겐 사랑하는 부인과 딸이 있었다. 특히나 딸은, 암세포가 살짝 덮쳤을 때 시험관으로 태어난 소중한 아이였다. 2차 치료 당시 너무 힘든 상태임에도 딸아이와 놀아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아픈 몸을 이끌고서라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텐데 존엄사를 선택하기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쭉 읽다 보면 단순히 의사가 암에 걸려 죽는 내용이 아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즉,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에 관한 심오한 철학적인 주제를 서두에 던지고 본인이 직접 인간의 존엄성, 선택권을 열심히 주장했다.

눈물 정도로의 씁쓸함을 느꼈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눈물' 생명이 없어지는, 끝을 뜻하는 말이었고, '씁쓸함' 폴이 삶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느꼈다. 누구나, ''이라는 존재를 들었을 때의 좌절감은 상당할 것이다. 솔직히 의사가 아닌 일반인인 내가 바라본 암은 죽음과 동격이다. 암에 걸리면 죽는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폴은 의사라서 그런지, 아니면 생명에 관한 철학이 확고한지는 모르겠지만 암을 당당하게 맞섰다. 그리고 암과 싸웠다. 실제로 1 치료 때는 승리하기도 했다.

남자라서? 의사라서? 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봤을 때 폴은 굉장히 단단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암과의 사투에서 당당히 맞서 싸웠기 때문에 오히려 더 씁쓸했다. 시한부 인생에서 오히려 좌절했다면 씁쓸함보다는 공감을 더욱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폴은 당당했고, 치료를 받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책을 쓰고 죽음의 강은 건넌 것이다.

이미 죽은 사람이 책을 보고 '재밌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죄책감이 드는 사실이지만, 즐거움의 '재밌다'라기 보다는 다른 의미로 책은 재밌었다. 페이지를 펴자마자 곧바로 읽어나갔고, 흔히 말해서 시간 가는 모르는 책이었다. 우리는 모두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 결국 폴과 같이 죽음의 강을 건널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 생에 있어서 폴처럼 당당히 맞서 싸워보는 어떨까? 어짜피 죽음으로 가는,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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