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방구석 미술관 1을 봤다. 재미있었다. 서양 미술사에 관심 있으면 반드시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가끔 미술사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재미만 있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재미도 재미이지만, 뭔가 죄송스러움이 더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방구석 미술관 2는 한국 미술사다. 1편이 서양 미술사이고 2편이 한국 미술사이다. 1편 서양 미술사, 관련해서 다른 책들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알기 때문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여기저기 들어서 안다. 그림을 '아~~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2편은 1편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아~" 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이는 재미있다는 소리라기보다는 정말 하나도 모를 때 나오는 소리와도 같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대한민국에서 자라왔고,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람을 대부분 모르는 걸까. 우리는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이중섭을 배웠지만, 김환기는 배우지 않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인생과 미술사에 담긴 철학을 배웠지만, 장욱진의 인생사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다. 아니, 한국 미술사에 흥미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왜 서양 미술사는 '유명한 것' 이고, 한국 미술사는 '안 유명한 것'이라고 치부했을까. 그 외에도 책 읽는 내내, 지난날의 '내'가 부끄러웠다. 지금부터 내가 부끄러웠던,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보겠다.
방구석 미술관 2편에 등장하는 예술가는 모두 지독한 집념의 사람이었다. 사랑의 실패를 했든, 사업에 실패했든, 아니면 조국이 망했든 그들의 꿈과 목표는 전혀 주춤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꿈을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성향을 가졌다. 특히나 김환기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의 집을 팔았다. 그 돈으로 해외로 갔고 갖은 고생을 하면서까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김환기뿐이겠는가.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씨는 너무 예술에 몰입한 나머지 뇌졸중에 걸리기도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10명의 작가 모두 치열한 싸움을 벌인 사람들이다. 치열했기 때문에 한국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으며 그들의 작품은 대한민국의 얼을 담고 있고 아직도 회자하기도 한다. 치열한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목표를 이루기 위해였을까? 아니면 그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자신들의 열망을 표현하기 위함이었을까? 나는 앞서 말한 2가지의 이유도 정답이겠지만, 무엇보다는 조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10명이나 되는 등장인물의 특징 중 한 가지는 일본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을 때이다. 조국이 해방되고서도 6·25전쟁을 겪었다. 당시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없었다. 그저, 일본에 의해 지배당했던 나라로 세계인들이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작가들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미술, 작품으로 세계에서 알리고자 했으며, 대한민국 스스로 민족의 분노, 그리고 한, 얼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창조시켰던 이유도 이와 같으리라 추측한다. 기존에 당연시되었던 조선 작품, 동양 작품을 거부하고 서양 미술을 배운 이유는 조선 작품의 거부가 아니다. 서양학을 품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우리를 지배했던 일본에 유학을 하러 간 것은 일본을 추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가장 가까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당시 일본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했던, 세계 강국이었다. 막, 세계의 각종 미술학이 일본에 들어왔던 시대였기도 하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신분으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일본에 유학을 하러 갔고, 각종 미술학을 습득했던 것이다.
그 당시 내가 태어났다면 과연, 그들처럼 내가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욕을 먹으면 자신감이 무너지고 자존감이 무너진다. 그것을 뚫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루기에는 매우 어렵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와도 같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심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당시에, 대한민국의 국권이 피탈 당했을 당시에도.
방구석 미술관 2편은 나에게는 굉장히 죄스러운 책이다. 부끄러운 책이다. 읽으면서도 이렇게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는데도 이번에는 굉장히 불편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정말로 부끄러워질 것 같다. 앞으로는 한국 미술사도 많이 생각해보고 찾아보고 직접 방문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람은 한국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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