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떠한 생각을 하려고 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근본적인 이유는 "문제" 자체가 무슨 문제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일련의 순차적인 방법을 사용 해온 나로써는 문제가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음은 당연하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좋은 현상일 수도 있다. 문제가 없으니깐 그것을 해결할 이유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다. 문제가 없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긴하지만, 이 자체는 나에게는 매우 불완전하고 불안전하다.
그러던 찰나에 친한 형이랑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함을 이야기하니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책을 읽어보라고 권유를 받았다. 솔직히 책을 소개 받은지는 몇 달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되지만 이제서야 읽게 됐다. 혼자서 이리저리 궁리를 해봐도 뽀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샀다. 그리고 읽었다.
저자 서재근씨는 광고 기획자로 그동안에 기획을 다룬 다양한 책과는 확연한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창의적으로 생각해라,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라 등 기존의 정형화된 서술 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책 소개에서도 나온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풀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다.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는 광고 회사 전략기획실의 팀장이다. 타스케 팀장은 아주 높은 경쟁 PT의 승률을 가지고 있었고, 회사에서 어려워하는 프로젝트를 획기적인 방법을 통해 PT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회사에서 선망이 대단한 늑대이다.
타스케 팀장은 생각을 버리는 생각을 하라고 지시하며,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역지사지의 방법을 사용하라고 한다. 그동안 주인공인 저자는 일반적인 틀에서 움직여 왔기 때문에 팀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겉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팀장 타스케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고, 결국 팀장의 신뢰를 받으며 책은 마무리가 된다.
내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생각하는 일련의 방식이 이제는 떠오르지 않게 된 이유는 책 속에서 답을 찾았다. 이러한 방법론이 나에게는 "고정관념"이었기 때문이다. 고정관념 속에서 전혀 문제스러움으로 느끼지 않은 문제들은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순간 문제가 문제가 된다. 즉, 각도를 넓혀서 살펴보면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타스케 팀장이 이야기한대로 이는 "잘못"이 아니다. 그동안 누누이 이야기를 했던 "다름"인 것이다. 하지만 "다름"은 다름으로 또 규정되어서는 안된다. 생각의 삼투합 작업에 필요한 재료일 뿐인 것이다.
어쩌면 고정관념을 탈피하라는 저자의 이야기도 어쩌면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각도로 넓히면 문제가 보인다는 말도 어쩌면 고정관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생각한 그리고 생각할 모든 것도 고정관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모든 것이 고정관념이라고 규정될 수밖에 없고,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 고정관념 자체를 분해하면 이러한 과정에서 파생되는 불순물들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재료가 된다. 이러한 재료는 특이한 점이 전혀 없는 그저, 다른 생각을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만 될 뿐인 것이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다른 책들과 비슷하지만 세세한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재료들을 준다는 점에서 이상하리만큼 "특이한"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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