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의 SBS 교양 공식 채널, 달리가 있다. 달리 채널에서 매우 재밌고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올라왔다. 주제는 취업준비생과 면접관 생각의 차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그간, 취업을 준비해오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론하는 자리가 되고, 면접관은 그간 지원서 중에서 어떤 점이 불만이었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상황은 두 집단의 생각 차이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영상을 보면서 내린 나의 결론은, 대한민국의 기업은 아직 젊은 청년들에게 열정페이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야근 수당이 없는 회사에서 야근하겠느냐는 질문에 취업 준비생은 "NO"라고 이야기했지만, 면접관은 "YES"를 말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워라벨까지도 이어졌다. 두 집단의 차이는 극단적이었다.
취업 준비생의 인터뷰를 보면 너무나도 공감되는 말들이 많다. 대학교 3학년 혹은 4학년부터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상황이다. 나이로 따져보면 고작해야 20대 초 중반대이다. 이렇게 어린 친구에게 회사의 자소서를 살펴보면 성격의 장·단점을 묻거나, 특이한 경험을 묻거나, 어떤 점을 발휘해 수익을 냈던 경험을 묻거나, 집단생활 당시 어떻게 했는지 등을 묻는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위에서 언급했듯, 고작 20대 초 중반이다. 이들의 과거를 살펴볼까? 물론, 개인마다 각기 다른 경험들이 존재한다. 그래도 큰 틀에서 바라보자.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중학교를 입학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대학교에 입학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순차적으로 입학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의무교육이기 때문이다. 대학교 입학률이 꾸준하게 80%를 육박하는바, 대다수의 학생이 대학교를 들어간다. 대학교에서 고작 2~3년만 있으면 취업 준비를 해야 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남자들은 어떠한가? 20~21 혹은 22살에 군대에 간다. 전역하고 나오면 24살~25살이 되고, 졸업할 시점이면 26살이다. 내가 지금 언급한 내용 중에 자소서에 적을 수 있는 항목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확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자소서에 적을 수 있는 항목을 어디서 경험을 해야 되는 걸까? 기업에서 요구하는 자소서 항목 중에서 제대로 된, 기업에서 원하는 항목을 적을 수 있는,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더 '자소설'로 보이지 않는가?
기업의 항목 중 반드시 있는 질문은 "어떤 활동 중에서 능동적으로 ~" 이다. 우리는 "능동적"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능동적"이란 이야기, 사전적인 정의는 "스스로 내켜서 움직이거나 작용함"이다. 영어로는 Active(=Activeness)이며, 활발함,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어떤 활동 중에서 능동적으로~"라는 뜻은 어떤 활동 안에서 스스로 내켜서 움직이거나 작용한 경험이나, 활발하거나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본 경험을 묻는 말이다. 물론, 회사에서 꼭 필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내 의지대로 바꿀 수 없으며 고작 바꿀 수 있는 대학교도 80% 이상이 누군가에 의해서 따라간다. 우리의 의지가 작용하는 대학교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 결정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인데, 하물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어떠한가? 우리는 학창 시절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 본 경험이 있는가? "꼰대" 문화인 대한민국은 "튀는 것"을 싫어하는 문화다. 튀는 사람은 흔히 말해서 나대는 사람이고 피해를 주는 사람이라는 차별이 다분하다. 처음에 궁금증이 생겨 질문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초리로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늘 수업 마지막에는 "질문 있는 사람~"을 물어본다. 눈치다. 눈치 때문에 손을 들 수 없다. 이는 적극적인 사람도 소극적으로 만드는 기이한 문화이며 현상이다. 사회에서 소극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서는 이제는 적극성을 이야기한다. 얼마나 혼란이 되고, 자신을 자책하겠는가.
우리는 이러한 문화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왔다. 지금 커가는 다음 세대는 어떤지 모르겠다. 그런데 적어도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이제 갓 취업을 한 사람은 나와 같은 경험을 받고 자라왔다. 기업은 이런 친구들에게 적극적을 내포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업에서 원하는 열정페이? 뜻이 맞으면 열정페이뿐이겠는가.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기업과 상생하고 싶은 것이 취업 준비생의 마인드다.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전 세계에서 볼 수 없이 똑똑한 사람이다. 정부와 기업은 탈스펙을 말하고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탈스펙 용어보다, 말 그대로 초월한(탈) 스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지금 취업 준비생이란 말이다.
기업이 이윤을 늘리기 위해선 어쨌든 사람이 필요하다. 워낙 취업준비생이 많으니 선택적으로 더욱 질문이 어려운 항목을 나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은 솔직해야 한다. 단순히 사람을 "기계의 부품" 정도로만 생각하지 말고, 취업 준비생,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인정하려는 듯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기업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그 기업만 바라보고 기업에 원하는 인재상을 갖추기 위해, 기업의 직무를 잘 이해하기 위해 준비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하고, 솔직해져야 한다. 그런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을 뽑고 싶지만 없다. 왜냐면 불확실성이 높은 세대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우물을 파온 세대다. 이런 세대를 바라보는 기업의 눈을 낮출 필요가 있다.
취업 준비를 해본 경험으로 취업 준비생들의 편에서 글을 써봤다. 그렇다고 기업에서 이야기하는 인재상에 가까운 인재가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힘든 일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특유 문화도 이해한다. 하지만 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한 법이다. 인재는 사람이다. 지금껏 부품으로 생각했던 인재를 사람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노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반드시 취업 준비생의 마음도 움직일 것이고, 열정페이, 야근 수당 없는 야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라 배웠다.
기업은 돈이 돌아야 하고, 돈은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 기업에서는 어떤 것을 시켰을 때 "네" 보다는 "그것도 좋지만 이런 건 어떻습니까?"라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아무리 꼰대라도 "네"라고 말할 수 있는 취업 준비생이 되었으면 한다. 서로서로 이해하지 못하면 두 집단 모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다. 한번 양보해야 한번 양보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취업 문화가 좀 더 활발히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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