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들은 공룡을 좋아한다. 그 중 모르는 공룡 이름이 없을 정도로, 줄줄 나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분명 비슷비슷하게 생겼고, 저 공룡이 이 공룡 같았다. 얘는 초식 공룡이고, 쟤는 육식 공룡이라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학교 마치면 뭘 할지 생각했었다.
어릴 때는 휴대폰이 없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하면 자연스레 관계가 소홀해졌다. 물론, 동네에서 같이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이라 엄마들은 서로를 알고 있었고, 노력만 하면 친구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남자들의 사춘기라고 표현해야 할까? 초등학교 고학년을 지나, 중학교를 입학하고 멀어진 관계가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연락이 뜸해졌고, 연락할 방법 또한 서서히 없어졌다.
그렇게 공룡을 좋아했던 그 친구도 내 주변인에서 사라졌었다. 과거 표현으로 말했다.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거의 20여년 만에 그것도 그 친구와는 처음으로 카톡을 했다. 너무나도 익숙했던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왜 이렇게 이상하게만 보이는지. 뭐 어쨌든, 공룡을 좋아하던 친구와 연락이 닿아 추억을 나누었다.
그러던 와중에 너무 뜬금없이, 어릴 때는 좋아하지 않았던 공룡 이야기가 보고 싶어졌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아는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 밖에 없다. 그것도 엄청 크고 날카로운 이빨과 짧은 팔과 긴 꼬리를 가진 그런 형태의 티라노사우루스 말이다. 흡사 고질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바로 그 공룡이다. 내가 아는 티라노사우루스는 고질라처럼 꽂꽂하게 서서 다른 공룡을 쉼없이 잡아 먹는, 악당 중에 악당이었다. 이름 모를 초식 동물 옆에 그려진 티라노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했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가 하는 공룡 이야기에 관심 없었을 수도 있다.
뭐 어쨌든, 나는 리디북스로 책을 본다. 지금이 정기구독의 혜택을 십분 발휘 할 타이밍인 것 같았다. 곧바로 공룡 관련된 책을 찾아봤다. 그리고 발견한 책이 바로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였다. 우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만화였기 때문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만화로 된 공룡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그렇다. 이번에는 책을 읽기보단 보고 싶었다. 그 친구가 왜 그렇게 공룡을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책은 단순히 어린 친구를 위한 내용이 아니다. 성인이 읽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나름 만화의 형태를 빌리고 있어 아주 무거운 내용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수준이 높았다. 특히나 나처럼 어린 친구보다 공룡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전반적인 공룡의 흐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무래도 복원 부분이었다. 위에서 내 기억에서 티라노사우루스는 고질라처럼 꼿꼿하게 서있는 형태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복원력이 향상되어 쥬라기공원에서 보는 것처럼 수평을 이루는 형태로 바뀌었다. 뼈 복원도 마찬가지지만, 더 놀라운 점은 색깔이다. 100% 정확하다고 알 수는 없겠지만 요즘 공룡에는 다양한 색들이 복원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어릴 때 공룡은 어두운 색이 많았다. 그래서 내 기억 속에 고질라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박혀 있는 것이다. 책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기억하는 고질라의 색 말고, 정말 다양한 공룡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닭 벼슬 같은 부분도 충분히 복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해당 부분은 연골이라 화석으로 남아있지 않는 부분인데, 머리 뼈와 당시 주변 환경을 보고 연골 부분이 있으리라 판단하고 이를 복원한다고.
공룡에 대해 신기한 부분이 많이 발견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어려운 내용을 읽고 있으면 머리가 지끈해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이상한 아재개그가 나온다. 말도 안 되는 개그를 보고 있으면 그나마 머리가 순환이 되어 다시 시작할 기운이 생기기도 했다.
지금 글을 적고 있지만 책의 내용은 많이 적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는 크게 이해한 내용이 없고 두 번째는 내용의 대부분이 공룡 내용이다. 나는 계속 말하지만 공룡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어린 아이보다 아마 모를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니 친구가 공룡을 왜 좋아하는지 아직까지 이해가 안되고 있긴 하다. 그래도, 재밌는 경험을 해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마지막으로 책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를 적고 마무리 하려고 한다. 공룡에 심도 깊게 읽고 싶은 공룡 덕후들에게 너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난 이미 틀린 것 같다. 하하.
'물에서 놀고 있는 데이노케이루스 가족…을 보고 있는 타르보사우루스…를 보고 도망가는 고비랍토르…를 바위 위에서 보고 있는 포유류 버진바아타르…를 은행나무 위에서 보고 있는 구릴리니아 물속에 들어가 있는 타르키아…의 등 위에서 테비오르니스. 침엽수립을 나우니 절벽 보여서 쫄고 있는 네메그토사우루스. 일광욕하고 있는 거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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