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에도 기획서 관련 책을 읽었다. 그때 책을 다 읽고 나서 '아, 기획서를 이렇게 쓰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기획서를 쓰려고 하니 다시 막막해졌다. 기본적으로 기획서라는 건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종이에 불과하다. 말에 논리가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막상 격식을 갖추고, 형식을 세우는 기획 작업은 나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주변에서는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을 해'라고 조언을 해주었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 답답했다. 그래서 다시 기획서 책을 읽어보려고 검색을 해봤다.
기획의 정석을 구매한 이유는 작가를 유튜브에서인가? 페이스북에서인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떤 SNS에서 봤었기 때문이다. 영상 봤을 때, 이전 기획서 읽었던 느낌을 똑같이 받았다. 현재의 기억으로 의존해 말하자면 영상이 5분 내외였다. 받은 느낌보다 더 강력한 느낌을 받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구매하게 되었다.
오늘은 다른 책 리뷰와는 다르게 결론부터 말하고자 한다. 책을 마무리하고 든 생각은 '오랜만에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찾았다' 이다. 내가 받은 느낌 그대로 예시를 들어보면 열심히 등산했다. 너무 힘들다. 배도 고프다. 막걸리도 먹고 싶다. 그런데 검색할 힘도 없다. 그냥 지금 보이는 저 음식점으로 들어가 보자. 그저 기력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할머니 손두부 맛과 똑같지 않은가? 너무 반갑다. 그리고 너무 맛있다. 그동안 같은 맛을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전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에서 발견한 것이다. 너무 맛있다. 뭐 대충, 책을 읽은 후 이런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책이 잘 팔아야하니, 기획서의 이론 부분도 들어가 있다. 한국인 특성이 책이 너무 쉬우면 '작가의 지식이 얕다'고 할 수 있으니 이론 부분도 첨가된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는 양심껏, 소신껏 첨가한 것으로 보이니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다. 그 외 기획서에서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 있다. 무엇보다 작가가 겪은 경험담과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타인의 삶을 간접으로 살아 보는 책의 가장 좋은 이점이 여기에 담겨 있는 것이다. 작가의 경험담이 담겨 있으니 기획서 책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기 계발의 느낌도 있다. 즉, 상사가 시킨 기획서를 구성하는 방법뿐 아니라, 인생을 기획할 때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눌 때 등 모든 상황에서의 기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나열되어 있다. (물론 목차에 그런 내용은 없으니 오해하지 말자. 기획 내용을 설명할 때 이해가 쉽도록 예시를 든 것뿐이니)
또한, 작가는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려고 하지 않았고, 지식을 뽐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기획 방식이 '정답'이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다만,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규정화된 형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추천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이러한 모습이 프로페셔널 한 느낌을 강하게 받은 부분인 것 같다.
누군가가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real why에 관해 적은 부분이라 말하고 싶다. Why도 아니고 real why라는 말에 혹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why가 중요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이면 즉, 진실한 why는 real why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책을 덮고 real why에 단어를 곱씹었다. 실제로 내가 말한 내용이 why가 아니고, 그렇다고 real why도 아니고 혹시 what을 말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why를 말하는 사람보고는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하자고 말하지 않았는가? 다양한 생각을 얻기 위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데 혹시 다른 생각을 차단하고 있지 않았는가? 책에서는 Real why는 why 속에 숨겨진 why이다. Why를 쪼개고, 쪼개다 보면 결국 real why가 등장하고 이것이 진짜 문제점의 해결 방안이라는 것이다. 나도 내가 말하는 why 진정한 real why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기획서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는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사가 시킨 기획 말고도 인생에 대한 기획도 담겨 있다. 그러니깐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Real why… 지금 당장 어떠한 답변이라고 내놓을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계속 꾸준하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실무를 위해 실무 관련 책을 읽었는데 인생에 큰 화두를 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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