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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 유산슬, 지미유 일상에서의 부캐

by 하안태 2020.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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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바쁘거나 삶이 고달플 때 또 다른 내가 나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재는 판타지이기에 웹툰에서, 소설에서만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는 현재 성격과는 또 다른 캐릭터가 등장해 현실에서의 불만을 가상에서 해결해준다. 이를 통해 현실과 이상 자아가 결합해 깊은 깨달음을 얻는 일반적인 결론이 도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게임에 중독되어 자신의 무기를 훔친(?)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 죽이는 사람이 뉴스에 등장했다. 그 외에도 PK(캐릭터를 죽이는 행위) 당해서 상대방을 찾아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그런 사람을 인터뷰한 영상을 찾아보면 현실에서의 불만을 게임에서 푼다는 이야기가 많다. 현실에서는 아무도 자기를 우러러보지 않지만, 게임 속에서는 자신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점점 게임에 빠져들었고 이는 현실과 가상을 혼동까지 이르게 했다. 여러 문제로 인해 셧다운 제도, 10시 이후에는 미성년자의 게임 출입을 금지하면서도 게임 자체를 막아버리는 제도까지 탄생했다. 어느 정도 현실에서도 게임 중독, 게임에서의 부 캐릭터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긴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러한 부 캐릭터가 상당히 좋은 이미지로 변한 계기를 발견했다.

합정역에서 노래를 부르는 유재석 씨는 대한민국의 최고 MC인데, 진행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트로트 가수로 유재석이 아닌 또 다른 자아, 유산슬이라는 이름을 달고 트로트 세계에 입문했다. 유산슬은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인 듯 행동했고, 시청자는 유산슬과 유재석이 동일 인물임에도 각자의 캐릭터를 인정해주면서 웃음코드를 가져갔다. 유재석이란 네임드 때문인지, 아니면 노래 좋아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방송의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는 유재석 씨를 응원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히트했다. 유산슬에서 요리사, 걸 그룹 제작사인 지미 유까지 유재석 씨의 부 캐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865794

유재석 씨 뿐인가? 방송의 트렌드를 잡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각자의 부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물론, 그 전에 매드클라운과 마미손이 엄청난 히트 했다) 연예인도, 일반인도 자신과의 또 다른 나를 부 캐릭터로 삼고 콘텐츠화하고 있다. 나는 괜히 즐겁기도 하면서도 그 이면이 너무 슬픈 것 같다. 그러면서도 보기 좋다. 즐거운 이유는 평소에 보던 이미지와 다른 이미지로 탄생한 그들을 보는 것이 너무 재밌기 때문이다. 또 다른 면을 보는 것 같다. 이전에 적은 페르소나 편을 참고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모두 재밌는 연극무대에서 각자에게 가장 잘 맞는 그리고 해보고 싶었던 역할을 맡은 것이다. 가면을 쓰면서 가면 속에서 가상의 성격을 만들어 직접 연극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면이 슬픈 이유는 광대처럼 아무리 슬퍼도 웃을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슬퍼도 웃을 수밖에 없고, 웃어도 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각자의 가면 속에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어른, 학생 할 것 없이 놀이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문화에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어른들은 취미생활 없이 술에 의존하는 것이고, 학생은 공부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 공간이 없는 것이다. 취미 생활이 없는 현실을 부 캐릭터로 취미를 갖게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반대로 그런데도 보기 좋은 이유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부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까지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 때문이다. 그러면서까지 웃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진짜로 웃음을 찾는 사람이 있지만, 진짜로 건강을 찾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박막례 할머니는 구글에서 초대되어 미국에 자주 가는 유튜버 할머니다. 할머니도 평생을 자식과 손주에 의존했던 과거의 삶을 그대로 두고 유튜브로 인생을 다시 그려가고 있다. 누군가는 살 날이 얼마 없는 것 같은 할머니지만 누군가에는 앞으로도 살 날이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실제로 박막례 할머니는 진짜로 행복해졌다. 치매 판정을 받았지만, 유튜브를 하고 나서 인생의 목적이 생겼다고도 전한다. 그렇게 부 캐릭터로 행복이란 것을 다시 찾은 것이다.

우리는 힘든 세상에 태어났다. 그런데도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언젠가 죽을 인생, 좀 더 즐겁게 살아보자. 유재석에서 유산슬로, 그리고 지미유로 바꾸어 각자의 삶을 유재석 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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