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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 뉴스를 버리자, 뉴스 읽지 않기, 뉴스 안읽기

by 하안태 202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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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2019년에 여름은 그렇게 덥지 않았고(나에겐 엄청 힘들었지만…) 겨울에는 그렇게 춥지 않았다.(역시 나에겐 힘들었지만…) 폭염과 추위가 덜하면 좋은 일이겠지만 뉴스에서는 2020년에는 폭염과 추위 일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나는 더위와 추위에 상당히 약하디 약한 몸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날씨에 관한 이야기는 상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뉴스에서 공포심을 조성하니 내년에는 어찌할지 앞서서 걱정하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2020년이 되었다. 날씨에 관한 공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장마다. 여름철 장마는 항상 오니 그러려니 했다. 뉴스에서도 장마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강수량에 대한 기상청의 예보는 분명 2019년 작년보다 비슷하거나, 적다고 했다. 그 말을 믿었고 비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2020년 장마, 다들 알지 않는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국을 시원하게 적시다 못해 넘치게 내렸다. 그리고 길었다. 1998년에 세웠던 최장 장마(47일)를 이틀이나 넘겨버린 2020년 장마를 두고 기상청은 2019년 보다 비슷하거나 적다고 예상했다. 어떤 댓글에서는 "천재지변을 어떻게 예상하느냐 "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너무나도 지당한 이야기다. 천재지변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도 똑같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그것을 예측한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마치 뉴스에서 내년 여름과 겨울은 힘들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미리 걱정했던 나처럼, 지금은 방도가 없는 것이고 걱정밖에 할 수 없는 노릇아닌가.

위에서 날씨 이야기를 쭉 했다.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날씨 이야기가 아니다. 기상청에서 도입한 약 500억 짜리 슈퍼컴퓨터의 바보같은 성능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예보관들보고 공부하라고 소리치는 말도 아니다. 나는 뉴스가 우리 삶에서 얼마만큼의 공포심을 조장하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뉴스를 듣지 않았다면 한 여름, 한 겨울의 날씨를 걱정하지 않았어도 됐었고, 장마기간에는 열심히 우산만 들고 다니면 됐었다. 장마기간이 47일이든, 49일이든 나에겐 똑같은 한달 반이다. 날씨에 대한 걱정을 잠시 멈추고 다른 것에 좀 더 고민했으면 됐었다.

올해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들어 본 단어는 "역대급"이다. 역대급 추위, 역대금 폭염, 역대급 장마, 역대급의 매미를 벗어난 태풍 등등등. 어떤 말이든 역대급만 붙인다. 물론 정말로 조심하라는 충고의 의미를 담아 전달한 단어라고 좋게 생각한다. 그런데 뉴스는 왜 충고가 아니라 공포를 주느냐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때론 공포심이 아니라 인간 이하의 몹쓸 짓도 뉴스는 보여준다. 예를 들어보자. 연예인 스캔들이 터졌다. 누군가 보면 남,녀의 평범한 인간의 사랑일 뿐이지 않은가? 연예인이 어디 클럽에서 춤을 췄다고 한다. 누군가 보면 그저 평범한 인간이 남들과 똑같은 놀이를 하고 있는거 아닌가? 하지만 뉴스에서는 A군과 B양의 밀회 장면, 탑 연예인 A군 클럽에서 춤… 등 왜 연예인은 똑같이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를 훔쳐보는 듯한 가십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이러한 "특종"을 잡기 위해 현안이 되냐 이것이다.

연예인 말고 비연예인은 어떠한가? 얼마전 모 은행 직원이 스스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가만히 사건의 본질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그 직원의 사생활을 파혜치는 것이 해당 사건의 본질인가? 그동안의 행실이 어떠한지, 대학교 생활을 어떠한지, 직장 생활은 어떠한지, 일생은 어떠한지 주변 사람들에게 캐고 다니는게 그 사건의 본질이냐 말이다. 물론 그 행위의 책임은 오롯이 해당 은행원이다. 잘못을 했으면 처벌을 받으면 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이자 법치국가이다. 법의 체계를 벗어난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응당한 법적인 조치를 받으면 된다. 그리고 인간의 잘못된 행위보다는 모 은행의 구조도 똑같이 잘못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즉, 은행원이 스스로 말도 안되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컴퓨팅 시스템과 조직망의 잘못된 행태를 따지는 것이 본질이란 말이며, 그 인간의 개인 사생활을 캐서 인간의 비도덕적인 면모를 밝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포털 사이트인 다음에 송고되는 뉴스는 하루 평균 약 2만7000여개이며, 빅카인즈에 따르면 54개 주요 언론사가 9월 2일날 생산한 기사는 13,273개이다. 포털 사이트와 54개 주요 언론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언론사를 포함한다면 3만~4만 여개의 뉴스가 하루 생산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될 수 있는 기사는 과연 몇 개일까? 단연코 이야기하지만 0개에 가깝다. 우리는 뉴스를 보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다. 비가 오면 맞으면 되고, 길이 막혔다면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도 습관적으로 뉴스를 볼 수 밖에 없고, 그러한 뉴스를 보면서 스트레스 받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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