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AI 프로젝트 다시한번 - 거북이 편

연예인 중에서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간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보이는 작업을 가졌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서 오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병의 근원이라고도 하는데, 특히나 연예인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정말 정말 심각한 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모든 목숨이 안타깝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가져왔던 연예인의 죽음이 있다. 바로, 가수 거북이의 터틀맨이다. 거북이 내에서 리더와 랩을 맡고 있었던 터틀맨과 거북이는 2000년대 초반 왕성히 활동했던 가수 중 하나다. 누구나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한 명곡들이 있고, 그 명곡들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내용이 주로 담겨있었다. 맨 처음은 얼굴 없는 가수인 줄 알았다. 당시에는 얼굴 없는 가수라는 컨셉을 지니고 많이 데뷔했었던 시기다. 대표적으로 김범수처럼 말이다. 그래서 거북이도 똑같은 컨셉인 줄 알았는데, 뭐 결론은 아니었고 그냥 얼굴이 잘 안 알려진 가수였을 뿐이었다.

어쨌든, 나에게는 거북이가 얼굴 없는 가수였다. 하지만 거북이의 대부분 노래는 줄줄 외울 수 있었다. 이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던 찰나 멤버들의 우연한 기회에 얼굴을 봤다. 특히나 터틀맨의 목소리에 힘껏 빠져있었는데 생김새조차 푸근한 인상을 보니 가수와 노래가 더 좋아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그들의 얼굴을 보고 얼마 뒤 지병이었던 심근경색으로 삶을 뒤로했었다. 리더가 흩어지니 당연히 거북이란 가수가 사라졌다. 이것 또한, 너무 안타깝다. 나름 남은 두 사람이 잘 헤쳐나갔으면 좋았으련만 남은 사람에게도 터틀맨의 공백이 컸었는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었다.

뜬금없이 거북이와 터틀맨 이야기를 해서 이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서론이 너무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점도 이해한다. 내가 이렇게 서두 없이 그리고 논리적인 맥락 없이 말하고 있는 이유는 며칠 전 터틀맨을 봤기 때문이다. 산 사람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터틀맨이 살아 돌아왔다.  어릴 때 가지고 있었던 감정이 크게 다가왔다.

네이버 핫클립 캡쳐 1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인 것 같다. TV와 TV 프로그램에 관해 크게 관심이 없는 내가 계속 집중해서 봤고, 영상을 계속 돌려봤다. TV로 봤을 때 특이한 제목에 눈이 갔다.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이다. AI라고 하니 엄청 이상했다. 그런데 가수  가호의 시작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거북이의 완전체가 나왔다. 내가 기억하는 터트릴 냄의 모습과 목소리가 똑같았다. 심지어 그의 특유의 통통한 모습까지 똑같았다.

터틀맨의 살아생전의 영상까지 돌려본 결과 너무 똑같아서 나도 모르게 울컥 울컥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거북이의 노래는 힘을 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가호의 시작도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감동이 더 2배로 다가왔었던 것 같다. 프로그램이 끝나고서도, 재방송(영상)이 끝났어도 한동안은 멈추어진 영상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 핫클립 캡처 2

나에겐 AI라는 기술은 약간의 무서움이었다. 과거 바둑을 두어서 이세돌 기사를 완벽하게 이긴 기억에서부터, 각종 영화나 책에서 나오는 AI 기술은 그렇게 반가워할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이 기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영상에서 터틀맨의 엄마와 형이 등장한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본인의 가슴에 묻어두었던 아들과 동생이 나와 다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엄마와 형이 중간마다 오열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에서 절대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리라. 나 역시도 굉장히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AI 기술로 인해 엄마와 형의 짐이 조금이라도 풀렸지 않나 싶다.

엄마와 형에게는 다시 볼 수 없는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해준 프로그램이고, 나처럼 거북이의 터틀맨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추억을 다시 선물해준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어린 친구에게는 거북이의 모습을 보여준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본의 아니게 프로그램 칭찬만 하는 것 같은데… 맞다.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2탄은 가수 김현식이 나온다고 하니 더욱 기대할 뿐이다.